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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의 식문화

두바이 왕족만 마시는 루이 13세 와인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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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3세 와인의 역사와 탄생 배경

 루이 13세 와인은 단순한 증류주를 넘어, 전통과 유산, 그리고 프랑스 귀족 문화의 정수로 간주된다. 이 와인의 역사는 19세기 중반, 코냑의 명가 레미 마르탱(Rémy Martin) 가문에서 시작되었으며, 1874년 루이 13세 프랑스 국왕의 이름을 기려 탄생한 이후 약 150년에 가까운 시간을 거쳐 세계 최고급 코냑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였다.

 루이 13세라는 이름은 단순한 마케팅적 수사가 아니라, 프랑스의 문화와 장인정신의 상징을 계승하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루이 13세 왕은 바로크 예술과 고급 식문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군주로, 그의 시대는 프랑스가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떠오른 역사적 시점이었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태어난 이 와인은 단순한 증류주가 아닌, 하나의 예술품으로 간주되어 왔다.

 루이 13세 와인의 생산은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과 인내를 요구한다. 이 와인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오드비(eaux-de-vie)는 최소 40년에서 길게는 100년 이상 숙성된 원액만을 사용하며, 이러한 원액은 1,200여 개 이상의 단일 배럴에서 선별된다. 이 모든 원액은 그랑 샹파뉴(Grande Champagne) 지역에서만 수확된 최고급 포도만을 사용하여 증류된 것이다. 이 지역은 코냑 생산지 중에서도 석회암 함량이 높은 토양 덕분에 부드럽고 깊이 있는 향을 형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루이 13세 와인은 한 세기에 걸친 시간과 수십 세대의 장인이 계승해온 전통의 집약체이며, 이는 단순한 상품이 아닌 유산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제조 방식은 철저히 수작업으로 진행되며, 매년 단 수백 병만이 전 세계에 출고된다. 그중 다수는 두바이, 제네바, 홍콩, 뉴욕 등 세계 주요 초고급 시장에만 한정적으로 공급된다.

 이 와인을 숙성시키는 오크 배럴 역시 일반적인 리무쟁 오크가 아닌, 수령 150년 이상의 프랑스산 트롱케 오크(Tronçais oak)만을 사용하며, 이 배럴들은 루이 13세 와인 숙성을 위해 별도로 제작된다. 이러한 배럴은 향후 80년 이상을 함께하며, 시간과 나무가 빚어낸 깊은 풍미를 와인에 담아낸다. 이 오크통은 실제로 레미 마르탱 내부에서 장인의 손으로 수작업 조립되며, 그 제작법은 일부 숙련된 후계자에게만 구전으로 전수된다.

두바이 왕족만 마시는 루이 13세 와인의 전설
두바이 왕족만 마시는 루이 13세 와인의 전설

전통 장인의 손길과 100년의 숙성 기술

 루이 13세 와인이 진정한 예술품으로 평가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 숙성 방식과 장인정신에 있다. 이 코냑을 완성하기 위해선 단순한 증류와 보관의 과정을 넘어, 시간과 사람, 자연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 과정의 중심에는 ‘셀러 마스터(Maître de Chai)’라 불리는 전통 장인이 존재한다. 이 장인은 단순한 양조인이 아니라, 마치 와인의 생명을 설계하는 작곡가와도 같은 존재로, 세대를 넘어 전수된 기술과 미각, 그리고 감각을 바탕으로 1,200가지 이상의 오드비를 섞어 최상의 풍미를 조합해낸다.

 루이 13세 와인을 위해 쓰이는 모든 오드비는 오직 프랑스 코냑 지역 중에서도 최고급 토양을 자랑하는 그랑 샹파뉴에서 생산된다. 이곳의 석회암 기반 토양은 포도에 미세한 미네랄 감각을 부여하며, 이 특징은 증류와 숙성 과정을 거쳐 독특한 향미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포도는 수확 후 철저한 위생관리와 미세한 온도 조절 하에 발효되고, 증류 과정은 ‘알람빅 샤랑테즈(alambic charentais)’라는 전통 구리 증류기를 통해 이중 증류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증류기는 18세기 초부터 사용되어 온 전통 기법으로, 미세한 향기 성분까지 보존하며 원액을 얻을 수 있는 최상의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증류된 원액은 ‘앙젤의 몫(la part des anges)’이라 불리는 자연 증발을 감안하며 수십 년에 걸쳐 오크 배럴에서 숙성된다. 이 때의 온도, 습도, 조도 등은 엄격하게 제어되며, 심지어 계절에 따른 미세한 향의 변화도 숙성실 관리자의 판단에 따라 조정된다. 숙성 공간은 대개 18세기 양식의 석조 지하 저장고로, 이곳은 자연적으로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숙성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매년 혹은 수년 단위로 오드비를 점검하고, 그 미세한 변화에 따라 병합(blending) 비율이나 위치를 조정하는 고도의 미각 작업이 동반된다.

 특히 루이 13세의 병입 전 마지막 단계에서는 ‘피날 블렌딩’이라 불리는 절차가 존재한다. 이 과정은 여러 세대의 셀러 마스터가 저장해온 수천 개의 오드비 중에서 단지 몇 리터만을 골라내고, 이들을 가장 균형 있게 섞어내는 예술적 판단이 요구된다. 이 작업을 통해 단 하나의 와인병 안에, 100년에 걸친 자연과 시간, 사람의 기억이 공존하는 것이며, 바로 이것이 루이 13세 와인이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두바이 왕족만을 위한 프라이빗 에디션의 세계

 루이 13세 와인이 이미 희소성과 예술성을 갖춘 최고급 코냑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VIP 고객층—특히 중동의 왕족과 억만장자들—을 위해 제작되는 프라이빗 에디션은 그 어떤 와인도 범접할 수 없는 고급 식문화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이 프라이빗 에디션은 단순히 병에 이름을 새기거나 리미티드 넘버를 부여하는 수준이 아니라, 애초에 제품의 기획부터 병 디자인, 블렌딩, 패키징, 제공 환경까지 모든 단계가 오직 한 명의 고객을 위한 맞춤 제작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두바이 알 막툼 왕가를 위해 제작된 ‘루이 13세 레전더리 셰헤라자드 에디션’**이다. 이 에디션은 단 1병만이 제작되었으며, 중동 신화를 테마로 한 병 디자인과 함께 실제 사막의 유리 모래로 제작된 특수한 디캔터에 담겼다. 병 표면에는 24K 순금으로 수공 조각된 아라베스크 문양이 새겨졌으며, 디캔터의 목 부분에는 ‘블루 사파이어’와 ‘레드 루비’가 교차 장식되어 있다. 이 병 하나의 제작 비용만으로도 약 30만 달러가 소요되었고, 와인 자체는 120년 이상 숙성된 오드비로 구성되었다. 단 한 번의 시음을 위해 셀러 마스터는 6개월 이상을 블렌딩에 투자했다.

 특히 이 프라이빗 에디션은 병을 만드는 장인의 국적부터 철저히 고려된다. 병 유리 제조는 프랑스의 바카랏, 금장 문양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금속 공예가, 그리고 루비·사파이어 세공은 두바이 현지의 왕실 보석 세공 장인이 담당하는 식으로, 제작 과정 자체가 다국적 장인 예술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와인 제공의 연출 역시 왕족의 미적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두바이 부르즈 알 아랍의 로열 스위트 전용 다이닝 룸에서 열리는 프라이빗 와인 시음회에서는, 이 와인을 서빙하는 스태프조차 파리의 루 꼬르동 블루 출신 소믈리에이자, 향수 전문가 자격까지 갖춘 이들로 구성된다. 서빙 온도는 17도에서 18도 사이로, 병은 와인보다 1도 낮게 차갑게 유지된다. 크리스털 글라스는 루이 13세 전용 디자인으로, 가장 얇은 림을 통해 혀 끝에 첫 접촉 시 점성의 미세한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게다가 시음 당시의 환경 음악, 조도, 향기, 심지어 벽의 질감까지도 루이 13세 본사의 감각 디자인팀에서 현지로 직접 파견되어 구성한다. 이 모든 것은 루이 13세가 단지 "마시는 술"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점유하는 예술 작품이라는 철학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실제로 루이 13세 프라이빗 에디션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처럼 와인 한 병을 중심으로 **기억, 시간, 공간, 감정, 미학이 완전히 결합된 ‘의식의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두바이 왕족이 이 와인을 소비하는 것은 단지 음미하는 미각적 행위를 넘어서, 자신의 권위와 문화적 정체성을 시각·청각·후각으로 천명하는 상징적 의식이다.

 

전 세계 오직 소수만이 맛보는 ‘1%의 미학’

 루이 13세 코냑은 단순히 최고급 주류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것을 넘어,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적 정체성이자, 문화적 자산으로 기능한다. 이 특별한 음료는 세계 상위 0.1%만이 경험할 수 있는 ‘1%의 미학’을 대표하며, 마시는 행위 그 자체가 곧 권력과 미적 교양, 정체성의 상징이 된다.

 이 코냑의 유통은 일반적인 시장 시스템과 철저히 분리되어 있으며, 오직 ‘사전 초청 기반’의 초프라이빗 방식으로만 이뤄진다. 구매자 선정 과정은 철저하고 엄격하게 설계되어 있다. 단순한 재력뿐 아니라, 미식적 안목, 문화적 자본, 그리고 해당 브랜드 철학에 대한 이해도까지 평가 대상이 된다. 루이 13세의 본사는 이러한 고귀한 기준을 충족하는 이들에게만 서면 초대를 보낸다. 이러한 초청은 흔히 ‘콜렉터’ 또는 ‘파트너’로 불리는 특별 고객에게만 국한된다.

 초청 이후의 여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감각적 체험이 된다. 선정된 이들은 코냑을 단순히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루이 13세를 ‘창조’하는 경험을 한다. 이를 위해 루이 13세는 센서리 커스터마이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구매자의 미각 선호도와 향 취향, 개인의 체취와 자주 사용하는 향수, 즐기는 요리 스타일까지 면밀히 분석해 코냑의 향미에 반영한다. 이 과정은 과학과 예술, 그리고 신체 감각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정교한 절차로, 고객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의 루이 13세’를 선사한다.

 또한, 이 특별한 병에는 단순한 감각의 흔적을 넘어선 디지털 자산화 과정이 병행된다. 루이 13세는 각각의 병에 블록체인 기반 고유 인증서를 부여하고, 병이 어느 해에 누구에 의해 개봉되었는지, 어떤 공간에서 어떤 음악과 함께 소비되었는지까지 기록되는 아카이빙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는 코냑을 단순한 주류가 아닌, 하나의 시간적·공간적 기억이 축적된 예술적 유산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브랜드의 전략이다. 이 기록은 후손에게까지 전달되며, 일부는 와인 전문 박물관 또는 고급 예술 갤러리에 기증되기도 한다.

 실제로 유럽의 귀족 가문과 중동의 왕족 일부는 루이 13세를 가보처럼 관리하며, 전용 와인 셀러에 ‘작품 번호’, ‘블렌더 이름’, ‘제작 연도’와 함께 보관한다. 이들은 루이 13세를 소비하는 순간조차 하나의 의식으로 연출하는데, 대표적으로 제네바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이 코냑의 개봉을 위한 퍼포먼스를 운영한다. 병이 개봉되는 그 순간, 실내에는 맞춤 제작된 앰비언트 음악이 흐르고,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고급 크리스털 잔이 준비되며, 병을 여는 사람의 손길과 호흡마저도 공연의 일부로 간주된다.

 이처럼 루이 13세는 그 자체가 물질을 초월한 상징이며, 이 코냑 한 병을 소유한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기억의 중심에 위치시키는 행위이다. 그것은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소비를 넘어, 시간을 마시고, 정체성을 저장하며, 예술을 내면화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단 한 병의 루이 13세를 둘러싼 정교한 의식 속에서 구현된다.

 결국, 루이 13세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감각과 기억, 권력과 예술, 정체성과 역사적 존재감을 동시에 담아내는 ‘액체 예술’이며, 오직 선택받은 이들만이 이 액체로 시간을 마시고, 예술을 몸에 새길 수 있다.

기억, 예술, 권력을 담은 한 방울의 액체

 루이 13세는 단순한 고급 코냑을 넘어선다. 그것은 한 병의 병에 담긴 정제된 ‘시간’이며, 감각과 지식, 기술과 예술, 권위와 역사,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을 보존하는 도구이자 상징이다. 이 액체는 포도주에서 증류주로, 증류주에서 배럴로, 그리고 다시 크리스털 병으로 이어지는 수 세기의 정제 과정을 통해 ‘감각화된 시간’으로 탈바꿈된다. 한 방울의 루이 13세에는 100년 이상의 시간과 1만 시간 이상의 장인 기술이 응축되어 있으며, 이는 단순히 마신다는 행위를 ‘예술적 의식’으로 격상시키는 핵심 요인이 된다.

 루이 13세는 역사상 수많은 상징적 인물과 순간을 기념하는 데 사용되어 왔다. 1984년 파리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20세기 문화유산 기념 리셉션’에서 이 코냑이 오케스트라의 전주곡과 함께 개봉되었으며, 중동의 왕족들은 루이 13세를 아기의 탄생이나 왕실 합병 등 중대한 순간에만 ‘공식적으로’ 마시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루이 13세 한 병이 단순한 사치품이 아니라, 역사적 서사와 가족의 기억, 권력의 계승을 상징하는 기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문화적 사례다.

 이 코냑을 만든 레미 마르탱 메종은 이를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기억의 매체'**로 명명한다. 병 내부에 담긴 리퀴드는 마시는 이의 감각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마시는 순간의 감정과 주변의 풍경, 동반한 사람들의 표정, 나누는 말들까지 함께 저장되는 매개체가 된다. 루이 13세를 마신 경험은 단순히 혀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후각적 환기, 청각적 배경, 시각적 공간 연출, 그리고 심리적 감동까지 통합된 총체적 기억 장면으로 두뇌에 각인된다.

 더 나아가, 루이 13세는 현대 사회에서 ‘예술의 소비’를 어떻게 재정의하는지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예술은 감상하거나 소유하는 것이지만, 루이 13세는 예술을 **"마시고, 흡수하고, 기억하는 방식"**으로 경험하게 한다. 병 디자인 하나하나, 뚜껑의 크리스털 세공, 병목의 조각 라인, 병 내부의 조명 반사와 색의 깊이감까지 모든 요소는 시각 조형 예술의 수준으로 완성되어 있으며, 이는 미술관에 전시되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일부 병은 유명 조각가나 유리 공예 작가와 협업해 ‘한정판 아트 오브제’로 재탄생하며, 경매에서는 1억 원을 초과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한편, 권력의 상징으로서 루이 13세는 문화 자본을 넘어 정치적, 사회적 발언 수단이 되기도 한다. G20 정상회담 비공식 만찬에서는 특정 국가의 정상 간 외교적 화해의 상징으로 루이 13세가 비공식적으로 제공되었고, 이는 공식 문서에는 기록되지 않으나 관련 참석자들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 있다. 이는 루이 13세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기억의 장치이자, 무언의 권위 소통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결국, 루이 13세는 그저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가 되고, 예술로 남으며, 역사와 권력을 전승하는 도구가 된다. 마시는 이의 존재는 그 병을 통해 기억되고, 저장되며, 다시 후세에 해석되는 문화적 흔적으로 남는다. 이것이 바로 루이 13세가 세계 상위 0.1%의 선택을 받는 이유이며, 단순한 주류를 넘어 ‘액체로 된 예술’, ‘기억의 술’, ‘권력의 방언’으로 불리는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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