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류층의 식문화

상류층 전용 고급 수제 버터의 비밀

반응형

버터는 한때 평범한 식탁의 조미료에 불과했지만, 최근 상류층의 미식 문화에서는 특별한 가치와 사치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전통 방식으로 정성껏 만든 고급 수제 버터가 각광받는 이유와 그 문화적 의미를 살펴본다.

고급 수제 버터가 새로운 럭셔리로 떠오른 이유

 버터는 과거 서양 식탁의 필수품이었지만, 최근에는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문화적 사치품으로 부상했다. 프랑스와 미국의 미식가들은 치즈와 초콜릿에 이어 버터에도 장인(아티장)의 손맛을 요구한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전세계 버터 시장 매출은 약 499억 달러로 예상되며 연평균 6%대 성장세를 보인다. 특히 틱톡 등 SNS를 통해 버터 위에 토핑을 얹은 ‘버터 보드’가 유행하는 등 버터를 활용한 요리 트렌드가 급증하면서 소비자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건강식 트렌드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포화지방 제한 속에 부정적으로 여겨지던 버터가 케토·팔레오 식단에서 양질의 지방원으로 재평가되면서, 소비자들은 자연 그대로의 고지방 버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런던의 고급 식재료 매장 대표는 “좋은 버터 한 덩어리가 평범한 한 끼도 훌륭한 요리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버터의 풍미와 가치가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많은 수제버터 생산자는 전통 나무통과 수작업을 고집하며 첨가물을 배제하고 소량 생산해 신선함을 유지함으로써, 모든 제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이처럼 제조 과정의 출처와 정체성을 강조하는 철학은 기존 대량 생산 버터와 명확히 구별된다.

 세계적인 셰프들 사이에서도 고급 버터의 가치는 부각된다. 미슐랭 스타 요리사들은 메뉴 개발 시에도 버터 브랜드를 지정하고, 소셜미디어에 고급 버터를 활용한 요리 사진을 공유한다. 심지어 ‘버터계의 벤츠’로 불리는 프랑스의 보르디에 버터는 한 덩이에 수십 달러를 호가한다. 버터의 가치를 알아본 상류층은 이러한 사치품으로서의 버터를 적극 수용함으로써, 수제버터는 고급 식재료 시장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제버터 열풍이 불고 있다. SNS를 통해 직접 수제버터를 만드는 방법이 유행하며, 지난해 9월 서울 성수동에는 피니싱 버터 전문점 ‘버터팬트리’가 문을 열었다. 집에서도 빵이나 채소 요리 위에 올릴 버터를 특별한 부재료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미디어에는 “버터한조각으로 럭셔리 즐기기” 같은 기사도 등장했다.

상류층 전용 고급 수제 버터의 비밀
상류층 전용 고급 수제 버터의 비밀

 상류층의 선택을 받는 장인의 버터 브랜드들

 대표적인 수제버터 브랜드로는 프랑스 장인들의 이름이 손꼽힌다. 브르타뉴 지역의 목초를 먹인 젖소의 유크림만을 사용해 만든 장-이브 보르디에(Jean-Yves Bordier) 버터는 나무통에서 손으로 오랫동안 치대어 만든다. 보르디에 버터는 무염·가염뿐 아니라 레몬 오일·로스코프 양파·김(해조) 등 다양한 풍미 버터로도 유명하다. 마리-안느 캉탕(Marie-Anne Cantin) 버터는 70년 넘는 역사의 파리 전통 제품으로 파리지앵들의 사랑을 받았다. 캉탕은 무염·가염 뿐 아니라 시트러스나 허브를 넣은 크런치 소금 버전으로도 명성을 얻었다. 프랑스 정부가 인정한 치즈 명장 로돌프 르므니에(Rodolphe Le Meunier) 역시 자신의 이름을 건 고급 버터를 출시했다. 이 밖에도 에쉬레(Échiré), 이즈니(Isigny) 같은 노르망디 AOP 인증 버터는 풍부한 크리미함과 고급스러운 풍미로 전통의 품격을 지킨다.

 영국·미국 등지에서도 버터의 명성이 이어진다. 영국의 고급 베이커리에서는 크루아상이나 스콘에 에쉬레 버터를 곁들이며, 미국의 장인 유제품 브랜드들(버몬트 크리머리, 프로빈스타운 버터 등)도 마니아 층을 확보했다. 이들 버터는 젖소의 품종과 사육 환경 같은 미세한 차이가 풍미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동물복지·지속가능성과 같은 가치를 내세운다. 최근에는 유기농·친환경 인증을 강조하는 브랜드도 등장했다. 예를 들어 방목 사육한 젖소의 유크림으로 만든 버터나, 전통 생산 방식을 계승한 유기농 버터가 고급 시장을 개척 중이다.

 국내에서도 수제버터 붐이 일면서 전문 브랜드가 늘고 있다. 서울 성수동의 버터팬트리(ButterPantry)는 엘르&비르, 페이장브래통 같은 최고급 프랑스 버터를 베이스로, 트러플·솔티카라멜·과일허브 등 다양한 향신료를 결합한 ‘피니싱 버터’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베이커리 카페 베르벨(Verbel) 등도 프랑스 AOP 버터를 활용해 자체 조리법의 수제버터를 한정 판매한다.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에서는 이들 브랜드를 직접 수입하거나, 오너 셰프가 독자 레시피로 버터를 개발하기도 한다. 이처럼 장인 버터 브랜드들은 품질과 스토리에 집중하며, 부유층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킨다.

 수제 버터가 완성되는 프라이빗 유통 시스템

 수제버터는 소규모 생산으로 인해 일반 마트 유통이 쉽지 않다. 대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독자적인 유통망이 형성된다. 예를 들어 미국 플라우게이트 크리머리(Ploughgate Creamery) 같은 곳에서는 월 구독 서비스로 매달 세 가지 맛의 장인 버터를 배송한다. 유럽의 소규모 농장들도 자체 웹사이트와 SNS를 통해 직거래로 충성 고객을 확보한다. 국내에서는 백화점 식품관과 수입식품 전문몰에서 한정판 버터를 선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컨대 온라인몰 ‘더유로파리’나 ‘아네스’는 프랑스·스페인 등지의 명품 버터를 직구 형식으로 판매하며, 명품 백화점이나 호텔은 해외 브랜드와 독점 계약을 맺어 한정판 수제버터를 들여온다. 고급 레스토랑들은 우유 생산농장과 협업해 자체 수제버터를 제작, 메뉴에 활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생산부터 배송까지 모든 단계를 엄격히 관리하고 소량 판매하는 유통 전략으로 고급 이미지를 유지한다.

 최근에는 SNS 라이브방송이나 홈쇼핑에서도 고급 버터 상품이 등장한다. 유명 셰프나 인플루언서가 특산 버터를 소개하면 실시간 주문이 쇄도하며 품절 사태를 낳는다. 일부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로서 국내 수입이 어려운 최고급 버터를 구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 보르디에 버터는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데, 이를 한국까지 들여오기 위해 개별 구매대행이 활발하다. 회원제 클럽 형태의 유통도 생겼다. 미국의 한 고급 식품샵은 미식가 회원에게만 특수 버터를 판매하는 폐쇄형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러한 방식은 제품의 희소성을 높여 그 가치를 더욱 끌어올린다. 배송 과정 역시 고도로 관리된다. 특수 보냉포장·드라이아이스 배송·최단 유통기한 유지 등을 통해 신선도를 철저히 지킨다. 이런 서비스 품질이 보장되어야 상류층 소비자는 비싼 값을 지불할 의향을 가진다.

 버터 한 조각이 말해주는 상류층의 미식 철학

 고급 수제버터 한 덩어리는 그 자체로 상류층의 미식 철학을 대변한다. 미식가들은 버터를 통해 음식의 근원적 맛과 이야기를 음미한다. 작은 조각 하나에도 생산 지역의 테루아, 소의 먹이와 사육 방식, 장인의 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격보다 ‘진정성’을 중시하여, 장기간 발효·숙성한 버터나 바닷소금을 곁들인 트러플 버터처럼 복합적인 풍미를 구현한 제품을 선호한다. 실제로 버터에 트러플·마늘·해조류 등 고급 재료를 혼합해 새로운 맛을 낸 제품들이 등장하며 미식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버터를 고르고 즐기는 행위는 곧 소비자의 취향과 철학을 드러낸다. 상류층은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버터라도, 식재료의 순도와 제조 방식을 꼼꼼히 따져본다. 음식점 테이블 위에 버터 한 조각을 놓는 것은 작은 사치인 동시에, 음식에 대한 존중과 여유를 상징한다. 실제로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빵과 함께 다양한 버터를 앞세우며 ‘테이블 위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한국의 호텔 뷔페나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에서도 유럽 명품 버터 사용이 늘고, 특수 포장된 버터 선물세트가 새로운 선물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한 예로 프랑스에서는 부활절을 앞두고 버터를 예쁘게 굳혀 선물하는 전통이 있을 정도다. 이렇게 작은 조각의 버터가 주는 만족감은 특별한 날을 위한 작은 사치로 자리 잡고 있다.

 버터를 선택하는 기준에는 윤리적 가치도 반영된다. 친환경·유기농 농장이나 지역 소규모 생산자를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늘면서, 수제버터를 구매하는 행위는 하나의 ‘착한 소비’로 여겨지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SNS를 중심으로 ‘홈 메이드 버터’ 문화가 퍼져, 직접 만든 버터 사진과 레시피가 공유된다. 버터 테이스팅 클래스나 팝업 행사도 잇따라 열리며, 일상 식재료였던 버터를 예술적 재료로 재조명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특히 팬데믹 이후 집밥·홈베이킹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해외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인스타그램 후기와 해외 직구를 통해 세계 각지의 수제버터를 맛보려는 움직임이 늘었다. 결국 버터 한 조각이 말해주는 것은 맛의 차이를 넘어, 상류층이 미식에서 추구하는 본질이다. 정성으로 빚어진 버터 속에 담긴 스토리와 분위기, 그리고 일상의 작은 행복은 고급 소비문화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한편, 프랑스 본토뿐 아니라 미국·일본·싱가포르·홍콩 등지에서도 미식가들은 각국의 특산 버터를 애용한다. 예를 들어 도쿄의 유명 베이커리에서는 이즈니 버터로 만든 크루아상이 화제를 모았고, 싱가포르와 홍콩의 고급 레스토랑들은 특수 트러플 버터나 발효 크림 버터를 메뉴에 올리고 있다. 이렇게 수제버터는 전 세계 부유층의 공통된 취향으로 자리 잡으며, 식탁 위에서 새로운 럭셔리를 경험하게 해준다. 버터 한 조각에는 품질과 전통을 향유하는 상류층의 미식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상류층에게 버터는 더 이상 당연한 부식이 아니다. 한 조각의 수제버터에 깃든 예술성과 품격, 일상의 작은 행복은 앞으로도 세계 미식 트렌드의 중요한 축으로 남을 것이다. 결국 버터 한 조각은 상류층의 미식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작은 예술품이다. 이처럼 고급 수제버터는 앞으로도 전세계 미식가들의 일상에 한 획을 긋는 요리 요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