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벤처투자 업계에서 ‘초기투자 의무비율’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액셀러레이터(AC)가 성장한 스타트업에 후속 투자를 하지 못하는 구조가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반도체 장비 같은 딥테크 산업이 부상하는 시대에 과거 기준에 묶인 제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현재 제도의 핵심 문제를 쉽게 정리하고, 왜 변화가 필요한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초기투자 의무비율’이란 무엇인가?
액셀러레이터(AC)는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육성하는 전문 투자기관입니다. 그런데 국내 제도상 AC가 운용하는 펀드는 전체 투자금의 40% 이상을 설립 3년 이내 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겉으로 보면 좋은 취지입니다.
초기 기업에 돈이 흘러가도록 강제해 창업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깁니다.
처음에 투자했던 스타트업이 3년이 지나 성장 단계에 접어들면, 같은 AC가 후속 투자에 참여하기 어려워집니다. 규정상 초기 기업에 일정 비율 이상을 계속 투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씨앗을 뿌리고 나무를 키워놓았는데,
정작 나무가 자라기 시작하면 “더 이상 투자하지 말라”는 구조가 되는 셈입니다.
스타트업과 투자사 모두 난처해지는 구조
이 제도는 스타트업과 투자사 모두를 곤란하게 만듭니다.
● 스타트업 입장
- 기존 투자자가 후속 투자에 빠지면 신뢰도에 타격
- 신규 투자자 설득이 어려워짐
- 펀딩 일정 지연
● AC 입장
- 초기 위험을 함께 감수했는데 성장 국면에서 이탈해야 함
- “왜 후속 투자 안 해주냐”는 창업자 불만
- 지분 정리 요구까지 받는 사례 발생
특히 딥테크 기업은 3년 안에 큰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AI, 반도체 장비, 로봇 기술 기업은
초기 3~5년은 기술 검증과 시제품(MVP) 개발 단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3년은 겨우 실험실을 벗어나는 시점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 시점에 투자 제한이 걸리면, 성장의 연속성이 끊깁니다.
‘7~8년 만기’ 벤처펀드 구조의 한계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국내 벤처펀드는 보통 7~8년 존속기간을 가집니다.
(투자 4년 + 회수 3~4년)
펀드 만기가 다가오면 투자사는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아직 성장 여력이 있는 기업의 지분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쉽게 말해,
더 크게 자랄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라도
“펀드 만기” 때문에 헐값에 팔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특히 긴 시간이 필요한 딥테크 산업과 맞지 않습니다.
AI·반도체·로봇 기업은 상용화까지 10년 가까이 걸리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어떻게 다른가?
미국은 구조가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초기 투자자가 시리즈A, B, C, 상장 전까지 계속 참여하는 사례가 일반적입니다.
대표적으로
Sequoia Capital은 기존 10년 만기 구조를 사실상 개방형 구조로 전환해 장기 투자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또한 미국 시장에서는
AC, VC, 사모펀드(PE)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습니다.
소수지분 투자 후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즉,
좋은 기업은 오래 끌고 가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AC, VC, PE 역할을 법으로 구분하고
의무 투자비율을 강제하고 있어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딥테크 시대, 무엇을 바꿔야 하나?
투자업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① 초기투자 의무비율 완화
② 펀드 존속기간 연장
③ 에버그린 펀드(재투자 구조) 도입
④ 컨티뉴에이션 펀드 활성화
⑤ 기술 전문성 중심 평가체계 전환
특히 “에버그린 펀드”는
회수한 자금을 다시 투자하는 구조입니다.
장기 성장 기업에 적합한 모델입니다.
현재처럼 단기 수익률 위주로 평가하는 구조가 계속되면,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이 해외 자본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마무리 정리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 초기 투자 활성화라는 과거 목표
✔ 딥테크 중심으로 바뀐 현재 시장
✔ 하지만 제도는 여전히 과거 기준
지금의 벤처투자 규제는 “창업 초기 보호”에는 효과적이었을지 몰라도,
“성장 기업 육성”에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딥테크 산업은 속도가 아니라 시간과 지속성이 핵심입니다.
투자 역시 단기 회수가 아니라 장기 동행 구조로 바뀌어야 합니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좋은 기업은 결국 더 유연한 시장을 찾아 떠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는 ‘초기 지원’에서 ‘성장 동행’으로
벤처투자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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