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젠슨 황 '치맥회동'…HBM4 초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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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젠슨 황 '치맥회동'…HBM4 초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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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과 젠슨 황의 ‘치맥 회동’이 단순한 미담이 아닌 이유

― HBM4를 넘어 AI 인프라 주도권을 둘러싼 조용한 권력 이동

실리콘밸리의 한 한국식 치킨집에서 벌어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치맥 회동’은 언뜻 보면 인간적인 친분을 강조하는 가벼운 장면처럼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산업과 AI 인프라 시장의 흐름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 만남은 결코 사적인 교류나 이벤트성 만남으로 치부할 수 없는 장면이다. 오히려 이 회동은 차세대 AI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벌어진, 매우 계산된 전략적 접촉에 가깝다.

이번 회동이 주목받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단연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다. 엔비디아가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는 기존 세대보다 훨씬 큰 용량의 HBM4가 탑재된다. AI 모델이 대형화·복잡화될수록 메모리 대역폭과 안정성은 GPU 성능 못지않게 중요해진다. 이 지점에서 HBM은 더 이상 ‘부품’이 아니라, AI 반도체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HBM 생산은 단기간에 물량을 늘리기 어려운 영역이다. 웨이퍼 투입부터 적층, 패키징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며, 수율과 품질 안정성까지 고려하면 공급망을 미리 확정하지 않으면 엔비디아조차 제품 출시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이 젠슨 황 CEO에게 ‘차질 없는 공급’을 직접 약속했다는 대목은 그래서 가볍지 않다. 이는 단순한 납품 의지가 아니라, 엔비디아의 로드맵을 전제로 한 사전 물량 확약에 가깝다.

특히 주목할 점은 경쟁 구도다. 삼성전자는 이미 HBM3E 12단 제품으로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고, HBM4 역시 업계 최초로 양산·출하에 돌입했다. 기술 수치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의 공정은 더 앞서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HBM4 물량의 55% 이상을 맡기기로 한 것은, 단순 성능 지표 이상의 요소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형 고객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최고 성능’이 아니라 ‘공급 리스크’다. 이 지점에서 SK하이닉스는 이미 HBM3E 세대에서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공급 경험을 통해 신뢰를 쌓았다.

이번 만남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은 HBM 이후를 겨냥한 논의다. 기사에서 언급된 소캠(서버용 저전력 D램 모듈)과 eSSD는, AI 서버 구조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다. AI 연산이 폭증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효율은 이제 비용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로 떠올랐다. 메모리와 스토리지가 소비하는 전력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규모, 입지, 운영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소캠과 eSSD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 차세대 전장이다.

특히 엔비디아가 ‘베라 루빈’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새로운 메모리 솔루션과 초대용량 eSSD 구성은 의미심장하다. 풀세트 기준으로 9600TB에 달하는 저장장치 수요는, 기존 AI 서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다. 이는 엔비디아가 더 이상 GPU만 설계하는 회사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전체 구조를 재정의하려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SK그룹은 단순 부품 공급사가 아닌, AI 인프라 공동 설계자로 포지셔닝을 시도하고 있다.

이 맥락에서 최태원 회장이 추진 중인 미국 내 ‘AI 컴퍼니’ 설립 구상은 결코 별개의 이야기가 아니다. AI 컴퍼니는 반도체, 스토리지, 통신, AI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합해 데이터센터 사업과 스타트업 투자를 병행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이는 SK그룹이 더 이상 메모리 가격 사이클에 의존하는 기업이 아니라, AI 생태계 전반에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이 구상의 현실성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레버리지다.

이번 회동에서 양측의 자녀들이 동석했다는 사실 역시 가볍게 볼 대목은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이런 장면은 ‘신뢰의 범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자주 활용된다. 단기 계약이나 일회성 거래에서는 굳이 가족을 동반할 이유가 없다. 이는 협력이 단발성 공급 계약을 넘어, 세대와 사업 영역을 아우르는 장기적 관계로 확장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젠슨 황 CEO의 딸이 엔비디아 로보틱스 부문 핵심 임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AI·로보틱스 영역에서의 추가 협력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이 ‘치맥 회동’의 본질은 인간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AI 인프라 주도권을 둘러싼 조용한 권력 이동이다. GPU 설계 능력만으로는 AI 시대를 지배할 수 없고, 메모리·스토리지·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는 통합 역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엔비디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SK그룹은 바로 그 빈자리를 파고들고 있다.

이번 만남 이후 당장 주가나 단기 실적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 회동은 글로벌 AI 산업의 공급망 지도가 다시 그려지는 출발점 중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치킨집에서 시작된 이 조용한 만남이, 향후 수년간 AI 데이터센터의 표준 구조와 메모리 시장의 권력 지형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뉴스는 가볍게 소비되고 잊히기에는 너무 무거운 함의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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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티스토리 내부링크 전면광고 띄우는 방법|작성자 티끌모아 태산